점심 때
아버님과 엄마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이번주는 별일 없냐는 전화를 거의 매일 받았다.
아가가 나올 때 되면 나오는데...어른들은 나와 생각이 다르니까~~
조급+걱정하시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런 전화가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저녁시간
간만에 일찍 퇴근한 남편과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고 해서 어디가 좋을지 검색했다.
나갈 준비를 하면서 화장실에 갔는데, 어랏! 이슬이다.(5시 20분) 반가웠다.
혹시라도 오늘 병원에 가게 될지도 모르기에 일단 샤워를 하고 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병원 가보려고 신속하게 출산가방도 점검했다.
움직일수록 패드가 질척하고 너무 묵직해지는 것이 영 불쾌했다.
그래서 확인을 해봤더니 이런이런~~이슬이 아니라 양수다!
양수라니까 남편이 병원에 전화만이라도 해보자고 했다.(6시)
당연히 병원에서는 얼렁 병원에 오라하지...
태동검사를 하고 진료를 받았다.(7시~7시 20분)
수요일 당직 선생님은 담당 선생님은 아니어서 우리 꿈이의 양수상황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셨다.
초음파상 약간의 양수가 남아있으니까 위험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지금 입원해서 출산 준비하자고 하셨다.
저녁은 굶으라고... 분만대기실로 갔다.(7시 30분~40분)
이럴 줄 알았으면 점심 때 고구마만 먹는 게 아니었는데!!
출산을 준비하는 밤
분만대기실에 도착해서 산모가운 입고 관장.(7시 46분)
남들은 잘 못참는다는데, 탄생시부터 있던 고질병 때문인지 10분을 거뜬히 참아내고 화장실에 갔다.
관장약 들여보내는 튜브 꽂을 때 똥꼬 엄청 아프다.
태동기 달고, 수액을 맞았다.
항생제 검사도 했다.(이거 왕 따갑다.)
양수가 터졌기에 항생제도 함께 맞아야 했다.
누워있는데 불규칙하게 배가 아팠다.
이후 당직의가 촉진제를 맞자고했다며 간호사님 항생제에 촉진제를 섞으신다.(9시)
10시부터 주기적으로 아파온다. 싸한 배앓이~~ 견딜만했다.(가진통보다 덜아팠다.)
7월 30일
긴긴 새벽
12시쯤 간호사님 내진 하시더니 진통만 잘 걸리면 2시~3시에 아기 만나겠단다.
좀 늦으면 4시 이후라고~어쩌면 옆방 대기 엄마보다 더 빨리 아기 만날 수도 있단다.
엄마 너무 잘 참는다는 말이 참 듣기 좋았다.
그때까지는 어떤 진통인지 몰랐기에 그냥 그때까지 느끼던 것만 견디면 되나 싶었던 거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허리가 많이 아파올 거라했다.
진짜 배보다는 허리가 느무 아팠다.
남편은 옆에서 진통 올 때마다 호흡을 열심히 도왔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진통
옆방에서 5시간동안 비명지르던 엄마가 아기를 만난 후 3시 반쯤 당직의사 내진을 오셨다.
아직도 자궁경부가 두꺼워서 나오려면 시간좀 걸리겠단다.
그말 듣자 '더 얼마나 아파야 하나... 난 지쳐가는데~~'라는 답답함이 더해졌다.
이후 4시부터는 진통이 올 때마다 "아버지..."라는 외침밖에 안 나왔다.
(기도회에서도 난 그렇게 많이 아버지 찾아보지는 않았을 거다.)
옆방 엄마 비명을 이해가 갔다.
남편이 옆에서 호흡을 계속 해주었지만 따라할 정신이 없었다.
간호사님 오시더니 내진용 장갑을 빼지 않으셨다.
(진통이 심했을 때라 간호사의 손놀림이 그닥 거슬리지 않았다. 그정도가 진짜 진통인 거였다.ㅋㅋㅋ)
"엄마 너무 잘하고 있어요. 근데 엉덩이에 힘을 빼요. 안그러면 아기가 엄마 꼬리뼈에 걸려서 더 못내려오거든요."
"힘을 짧고 세게 주지 말고, 안 세도 되니까 길게 주세요."
"소리를 내면 힘이 100% 전해지지 않아요. 머리쪽으로 힘이 퍼지지 않게 아래로 변을 보듯이 아래쪽으로만 힘을 주세요."
분만실
뭐든 끝은 있는법!
두번만 더 힘주고 분만실 가잖다.
와우!! 4시 20분쯤었나? 거의 정신줄을 놓아갈 때라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
이동식 침대 소리가 나고, 옆으로 옮겨 누우라는 지시를 두번 받아 순종했더니!
영광의 분만의자에 눕게 되었다.
회음부 면도, 따끔따끔한 절개와 마취 주사를 받은 후
다시 있는 힘껏 힘을 주라는 지시를 따랐지만, 괴성이 자꾸 나와서 아랫쪽으로 힘이 집중되지 않았다.
(본래 호흡도 짧거니와 평소 똥 신호가 왠만해서는 오지 않고, 절대 힘을 길게 줘보지 않아본 나로서는 그 길게 변보는대로 힘을 주는 느낌이 뭔지 몰랐던 거다.)
열심히 힘을 줬지만 변이 나오지 않을 때의 그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다.
안되니까 간호사가 당직의에게 "도와줄까요?"라고 묻고 배를 팔뚝으로 세게 누른다.
'헉! 이것도 진통만큼 아프네.'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후 두 세번 더 힘을 주었다.
긴 호흡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을 그 때!!
갑작스럽게 간호사의 누르기가 결합되자 물크덩한 것이 쑥~~!!
바로 이어지는 의사와 간호사의 멘트 "힘 빼세요."
그리고 간호사에게 외치는 의사의 말 "밖에 아빠 불러오세요."
남편 들어오는 거 같더니 "7월 30일 4시 39분입니다."라고 간호사 외쳤다.
잠시후 아기 울음소리도 들린다.
와웅~~~~* 우리 아들이 이세상에 나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