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입모양을 잘 본다
자꾸 노래를 시킨다.
마치노래방 기기가 된 거마냥, 가사 짚어가면서 노래를 원하는 만큼 들려주었다.
나중에는 목이 갈 거 같아서 CD를 틀었다.
그리고 도윤이 마이크를 잡고 불러줬다.
시작은 이렇다.
놀이학교 스티커북을 가져와서는 잉잉 거린다.
스티커를 떼어 달라는 말이거나, 그 페이지에 있는 노래를 불러달라는 말이다.
그런데 한 두곡만 불러달라고 계속 잉잉거렸다.
한곡을 열번 했나? 그랬더니 관심이 다른 곡으로 옮겨가더군.
질리게 불러달라는 노래가 몇개 있다.
오늘 질리게 부른 노래는 "어, 어 얼음과자 맛이있다고~~"다.
그 노래가 왜 좋았을까?
병원에 간다는 거며, 엄마 얼굴에 주름이 간다는 가사가 요즘 자기 상황이랑 맞다고 생각을 했던 걸까?
자꾸 의사선생이랑 엄마 얼굴 그림을 가리켰다.
노래에 대한 흥미뿐만 아니라, 말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본래 시끄러운 수다쟁이 아기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발음하는 입모양을 잘 보는 눈치였다.
그런 도윤의 양태에 대한 발견의 시작은 이렇다.
도윤이는 김치를 즐겨먹는다.
짭조롬한 것이며, 동치미 국물이 시원해서 좋아하겠지만, 반찬으로 김치만 봤다하면 그것만 달라고 잉잉이다.
하도 김치를 가리키며 잉잉거려서 주면서 "김치"를 슬로우 모드로 한 스무번은 발음을 해주며 먹여줬더니, 좋다고 웃는다.
그냥 장난치는 것으로 아는 게 아니라, 어떻게 발음하는지 입모양을 유심히 보았다.
날씨가 구려서일까?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는 일찍 낮잠을 자고(10시 반~12시), 아까도 4시부터 잠자기 시작했다. 바운서에 앉더니 스르륵 자는 것이, 재워달라고 투정 안하고 스스로 자는 어린이 같았다.